<<되 돌아가기<<

[김 창 엽의 미 대륙 한인들] 중앙일보(2007.04.02)기사에서 옮김

'종이 비행기' 만드는 인공위성 전문가 이경화 박사

한국의 위성 개발에도 참여한 석학 100여가지 종이비행기 창작 '재미 푹'

인공위 성 전문가인 이경화 박사(70)는 소년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다. 10여년전부터 종이비행기 접기에 심취해 있는가 하면 고교시절부터 불어오던 하모니커를 지금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이 박사는 뉴멕시코주 일대에서는 물론 한국서도 알아주는 인공위성 아날로그 회로 설계 분야의 석학이다. 그러나 그에게 인공위성 설계는 골머리를 썩히는 일이라기 보다는 취미처럼 보인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즐겨 라디오 등을 조립하곤 했어요. 신기했거든요. 소리를 전달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파고 들어가는 일이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인공위성 일도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합니다."

이 박사는 손자 다섯을 둔 할아버지이지만 과학적 호기심과 흥미로만 따진다면 10대 청소년에 못지 않다.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 참사가 있은 직후 텍사스주 일대에서 잔해를 수거했는데 제가 근무했던 회사에서 만든 장치의 잔해가 발견됐습니다. 이 잔해중 메모리 칩에 기록된 온도측정 데이터는 사고 원인 분석에 중요한 근거가 됐어요. 한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장치의 분석을 제가 했었다는 거예요. 연방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후일 고맙다는 편지가 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박사는 한국의 위성개발에도 직간접으로 참여했다. 90년대 후반에는 한국의 아리랑 1호 위성개발을 도왔는가 하면 최근에는 아리랑 2호 개발을 자문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또 4년전 퇴직한 인공위성 부품 개발업체 굿리치(Goodrich)와 석유탐사와 관련된 특허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이 기술이 굴지의 석유회사 애모코(Amoco)의 석유 탐사에도 쓰이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전기 신호분석 등이 전공이다 보니 이 분야 저 분야 예상외로 쓰임새가 많은 것이다.

69년 유학차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자리를 잡은 그는 이 곳 한인사회 터주대감중 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80년대 초반 한인회 조직에도 앞장을 서야했다.

당시만 해도 앨버커키에서는 한인이 소수중의 소수였는데 한인회도 없는 처지여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알릴 창구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1년반 정도 뉴저지주로 옮겨가 거주한 것을 제외하곤 평생의 절반 이상을 앨버커키에서 살았다.

이 박사는 전공외에도 컴퓨터 인터넷 등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익숙하다.

한예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교회의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고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

그는 "젊은 신자 분들이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겸손해 한다.

이 박사의 주요 취미중 하나인 종이비행기 접기는 10년전 손자를 즐겁게 해줄 요량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가 개발한 종이 비행기 가짓 수만 100가지에 이른다. 이중 40여가지의 종이비행기는 달력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른바 '종이비행기 접기 달력'인데 매일 한장씩 달력을 뜯어내 비행기를 접도록 만들어졌다.

이 박사는 이에 앞서 종이비행기 접기 놀이의 재미를 남들에게 알리려고 수년전 전문 홈페이지(www.amazingpaperairplanes.com)를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다.

이 홈페이지는 하루 평균 방문자수가 1000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다. 종이비행기 접기 달력도 이 홈페이지를 본 달력회사측이 그에게 제안해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만든 종이비행기 가운데는 각종 전투기는 물론 상상으로만 가능한 각종 모양의 '첨단' 비행기가 즐비하다. "종이비행기 하나면 손자 녀석하고 30분은 가볍게 보낼 수 있어요. 일종의 베이비시팅 요령이기도 합니다."

그는 얼마전부터는 각종 하모니커를 이용한 '1인 합주' 녹음에 부쩍 재미를 붙이고 있다. 크로매틱 하모니커 앨토 하모니커 코드 하모니카등 10여종의 다양한 하모니커를 각각 반복 녹음함으로써 합주 효과를 내는 것.

"정년 퇴직하고 좀 쉴려고 했는데 여러 곳에서 인공위성 컨설팅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네요. 하모니커 합주 녹음도 빨리 끝내야 하는데 일들이 너무 밀려있어요."

슬하에 아들 둘 딸 하나인 이 박사 집은 자녀 셋이 모두 전자공학도인 엔지니어 가족이기도 하다. 이 박사는 누구 한 사람에게도 "아버지 일을 따라 하라고 한적이 없는데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앨버커키는 어떤 곳
앨버커키는 자체인구 50만, 메트로 인구 80만 가량으로 뉴멕시코주에서 가장 큰 도시다. 낮은 곳은 해발 5000피트, 높은 곳은 6000피트 이상으로 마일 하이(Mile-high) 시티라는 덴버보다도 사실상 고도가 높다.

앨버커키는 이 때문에 유달리 날씨가 맑고, 공기가 깨끗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형적으로는 시 동쪽으로 1만피트가 넘는 샌디아 산이 병풍을 두른듯 버티고 서 있고, 리오그란데 강이 시내를 관통한다. 여름은 고온건조하고, 겨울은 아주 추운 편이다.

도시 규모에 비해 한인 인구는 적은 편이다. 현지 한인회는 1000명 남짓으로 추산하고 있다. 뉴멕시코 주립대학에 재학하는 유학생과 전문직, 스몰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한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도시 인구의 절반 가량이 남미계로 아시안 등 기타 소수계에 대한 차별도 거의 없다.

앨버커키 경제를 이끄는 축으로 첨단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샌디아 국립 연구소를 비롯해 인텔의 대규모 반도체 칩 생산 공장이 인근 도시인 리오 란초에 자리잡고 있다. 세계 2차 대전을 끝내게한 원자탄을 만들었던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때문에 앨버커키는 뉴멕시코 최고의 첨단기술 회랑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문발행일 :2007. 04.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