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United Methodist Church in Albuquer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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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행복한 유치부 선생님                 

 

 

 

                                                                             송은순 사모
  나에게는 나의 열렬한 팬인, 꼬마 친구들이 여럿 있다. 교회에서 유치부를  맡으면서 생긴 3살, 4살 정도 된 아이들이다. 
  주일날 교회에 가면, 찬양팀 준비를 위해 일찍 교회에 오는 엄마를 따라서 와 있던 건희, 재호, 용현, 유리, 해인이가 `사모님' 하고 안아달라고 두 팔을 벌리며 달려들고, 코 범벅이 된 얼굴을 반갑다는 인사로 내 얼굴에 비벼댄다. 어제 엄마가 사주었다는 시계와 목걸이를 내게 보이며 자랑하고, 또 유치원에서 누가 자기를 때려서 울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종알거리며 주방으로 한글학교 교실로, 내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다니며 지난 주중에 있었던 자신들의 일상사를 보고하며 관심을 끌려고 야단들이다. 
  사실 나는 꼬마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교회의 아이들은 고사하고, 내 아이들을 키울 때에도 아이들이 그렇게 예쁜지 모르고 키웠었다. 연년생의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까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이 예쁘고 귀엽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어서 시간이 흘러서 아이들이 빨리 크기만을 바라면서 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유치부를 맡으면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왜 그렇게 손자 손녀를 예뻐하며, 시간만 있으면 침이 마르도록 손자 손녀 자랑을 하시는지 알 것도 같다. 내 나이는 아직 손자를 볼 때가 아닌데 말이다.
  교회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을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재호는 아무리 목사님, 장로님, 권사님...이라고 가르쳐 주어도 급하면 교회에 있는 어른들을 모두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통에 많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고, 또 웃게 만든다. 용현이는 재호 동생인데 고집이 얼마나 센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아무리 달래려 해도 그치질 않는다. 그냥 울게 두면, 엎드려서 우는 시늉만 내며 있다가 우는 것이 지루해 지면 슬그머니 일어나서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어울려 논다. 물고기 그림을 좋아하며 인정이 많은 Daniel, 사람들 앞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고은이, 그리고 한번 내 손을 잡으면 집에 갈 때까지 절대로 나의 손을 놓지 않고 독차지하려는 유리는 누가 `유리 모자 예쁘다'고 하면 아무리 더운 여름날이라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절대로 모자를 벗지 않고 멋을 부리는 아가씨이다. 
  한동안 말을 안 듣던 Andrew는 요즘은 찬송도 잘 따라하고, 기도 시간에도 장난을 치지 않는다. `사모님이 하는 것 안 따라하면 교회에 안 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Andrew 엄마 덕분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준원이와 해인이와 명우 그리고 Andrew, 누가 울던지 싸우던지 전혀 상관 않고, 책과 종이만 있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요즈음 동생을 보아서 아가에게 모든 관심이 쏠리니까 집을 나가겠다고 엄마 아빠에게 엄포를 놓았다는 건희, 겨우 돌이 지났는데도 꼭 유치부에 와서 한몫을 해야겠다는 혜인이,(준 회원) 잠깐 엄마 아빠를 따라서 휴스톤으로 이사를 갔다가 우리 유치부가 그리워서 다시 왔다는 쌍둥이 자매- 단비, 은비, 아직은 우리 반에 안 내려오지만 곧 우리와 함께 이 즐거움을 나눌 것이라 생각되는 혁빈이, 혜라, 해든이, 나은이. 이들이 나의 사랑하는 꼬마친구들이다. 
  우리 반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건희와 재호는 공부하는 엄마가 일찍부터 유치원에 맡긴 탓에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혀 꼬부라지는 그들의 발음을 어느 때는 못 알아들을 정도이고, 또 이 형들이 영어로 말을 하면 다른 꼬마들도 영어를 한답시고 혀를 굴리며 야단인데 한국말인지 영어인지 스페니쉬인지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들을 해대는 모습은 자다가도 웃을 일이다. 
  이 예쁜 꼬마친구들은 찬송과 기도를 또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다. 새끼 제비들처럼 입을 크게 작게  쫑긋 쫑긋 벌리면서 못청 높여 찬송을 따라 하고, 새 찬송을 두 세 번만 가르쳐 주면 벌써 집에 가서 흥얼거리며 다닌다는 엄마들의 말을 들을 때면 이 꼬마 친구들의 초능력과 같은 기억력에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대표기도는 또 얼마나 잘하는지, `오늘은 누가 기도할까?' 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로 자기가 기도를 하겠다고 손을 드는데 이제 겨우 세 네 살 밖에 안된 이 친구들은 내가  기도하던 대로, 어느 한 구절, 조사하나도 다르지 않게 똑 같이 외워서 기도를 드린다. 누가 무엇을 먹을 때에 기도를 안하고 먹기라도 하면 `저 애가 기도 안하고 먹었다고' 쏜살같이 달려와서 일러대는 모습이란. 사탕 한 알이라도 사다 줄라치면 그 사탕 하나 더 얻어먹고 싶어서 `나는 사모님이 너무 너무 좋다'고 몇 번이고 사랑의 고백을 하는 나의 사랑하는 천사들. 
  어느 한사람이 화장실이라도 간다고 하면, 가고 싶지도 않던 화장실을 모두 따라 나서서 볼일을 보는 척 하면서 나의 일거리를 만들어 주고, 교실 안이 조금만 지루하다 싶으면 물이 먹고 싶다느니, 수박이 먹고 싶다느니 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교실 밖으로 탈출하려는 시도를 하는 이 귀여운 악동들. 거리를 지나가다가 내가 타고 다니는 차의 브랜드만 보고도 `사모님 차'라고 소리를 치고, 집에서 떼를 쓰다가도 사모님 집에 간다고 하면 뚝 그친다는 나의 열렬한 꼬마 팬들. 
  주일이 지나고, 월요일이면 영락없이 옆구리가 결리고, 팔과 허리가 아프고, 내 옷에는 콧물, 눈물, 음식자국들이 묻어 있지만 그것조차 싫지 않은 이유는 이 꼬마들을 대하면서 이들 안에 있는 때묻지 않은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꼬마들에게 기도하는 것과 찬송 부르는 것을 가르치고, 또 성경이야기를 들려준다지만 사실은 내가 저들과 함께 있을 때 찾아드는 마음의 평안함이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하늘로부터의 것이다. 
  `사모님, 산님, 샤모님, 샌님, 삼님 샤맘님...."
아직 말이 서툴러서 나를 부르는 호칭이 이렇게 다양하지만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귀여운 꼬마친구들, 나의 열렬한 팬들을 만나는 이 기쁨, 나는 누구보다 행복한 유치부 선생님. 그래서 나는 주일이 더욱 기다려진다.